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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국립중앙박물관, 서울

by 뚜벅이C 2023. 7. 15.

 

2023년 07월 11일

 

내셔널갤러리 명화전을 보러 국립중앙박물관에 왔다.

 

 

이번에는 매표소 옆에 무인발권기가 있었다.

정상가 티켓과 얼리버드 티켓을 예매한 사람들은 여기에서 바로 표를 받으면 되는데,

나는 우리카드 10% 할인 때문에 기계로는 할 수 없어서 매표소에서 표를 받아야 했다.

 

 

11시 반으로 예약을 했었다.

 

 

기획전시실 입구 맞은편에 있던 존 컨스터블의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

 

 

티켓과는 별개로 번호표가 또 있어서 인원을 일정하게 나눠 입장시킨다고 했는데

나는 11시 40분쯤에 와서 번호표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우르르 한꺼번에 입장하는 것보다 여유롭게 혼자 들어가니 더 좋은 것 같기도 하고...ㅋㅋ

 

그림에 번호가 1번부터 차례대로 붙어 있고 동선도 잘 짜여져 있어 굳이 맵을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오디오 가이드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미술관에서 들으면 뭔가 정신없고 집중도 잘 못하는 편이라 오기 전날 디지털 도록으로 폭풍예습을 했다.

https://tagdetail.com/viewer/647f3c6e327f9d0009b1d70c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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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  - 영국 내셔널갤러리 명화전

* 기간: 2023.06.02. ~ 2023.10.09.

*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 가격: 성인 18,000원 / 청소년 15,000원 / 어린이 10,000원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 52점을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인상주의 시기까지 회화의 주제가 신에서 사람과 일상으로 옮겨오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라파엘로, 카라바조, 렘브란트, 고야, 마네, 반 고흐 등 서양미술 거장들의 명화를 직접 볼 수 있다.

 


 

 

 

 

 

  1부   르네상스, 인간 곁으로 온 신

이전까지 비현실적인 모습으로 그려졌던 신과 성인들이 르네상스 시대가 되면 사실적인 모습으로 표현된다.

원근법으로 공간감을 나타내고, 명암법을 적용해 입체감을 살렸으며,

실제 자연과 건물을 배경으로 하면서 신성한 존재들을 현실 세계로 데려온 것이다.

 

 

서재에 있는 성 히에로니무스 | 안토넬로 다 메시나 | 1475년경

성 히에로니무스(Saint Jerome)는 4세기의 학자이자 수도사였는데 그림 속 배경은 15세기 서재의 모습이다.

성 히에로니무스가 발바닥에 박힌 가시를 빼준 뒤 그를 따랐다는 사자가 오른쪽에 보인다.

 

 

성 제노비오의 세 가지 기적 | 산드로 보티첼리 | 1500년경

주교 성 제노비오 역시 5세기 사람이지만 그림은 15세기 피렌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성 제노비오는 피렌체에서 세 가지 기적을 일으켰으며, 훗날 피렌체의 수호성인이 되었다.

왼쪽은 어머니를 때려서 저주받은 두 아들을 치료하는 장면,

가운데는 죽은 소년을 살리는 장면, 오른쪽은 시각장애인의 눈을 치료하는 장면이다.

그림 속에서 직선을 여러 개 그어보면 선들이 만나는 하나의 소실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모자와 세례 요한 | 라파엘로 | 1510-11년경

가바 남작 조지 캐닝의 소유여서 '가바의 성모'라고도 불린다.

배경은 로마 교외를 닮은 풍경이고, 인물들은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에 배치되어 있다.

세례 요한이 아기 예수에게 건네는 카네이션은 예수가 훗날 겪게 될 수난과 부활, 그리고 신성한 사랑을 상징한다.

 

 

겁탈당한 가니메데 | 다미아노 마차 | 1575년경

목동 가니메데는 아름다운 외모가 눈에 띄어 독수리로 변신한 주피터에게 납치된다.

이 그림은 원래 테라스 천장을 장식하려고 그린 것이라 팔각형이었는데

18세기 초 벽에 걸 수 있도록 캔버스를 더해서 직사각형으로 만들었다.

 

 

머큐리, 큐피드와 함께 있는 비너스(사랑의 가르침) | 코레조 | 1525년경

머큐리가 아들 큐피드에게 읽기를 가르치고 있다.

비너스도 원래는 큐피드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림 감상자와 눈이 마주치도록 수정되었다.

베네치아 화가들은 유화 기법에 능숙했기에 캔버스에서 바로 그림을 고쳤다.

 

 

소녀 | 도메니코 기를란다요 | 1490년경

이전에는 얼굴의 반만 드러낸 옆모습의 초상화가 대부분이었는데,

이 초상화 속 소녀는 비스듬하게 앉아 있어서 우리가 보기에 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모든 그림 앞에 사람들이 빼곡하게 서 있어서 편하게 보기는 어렵다.

 

 

여인(달마티아의 여인) | 티치아노 | 1510-12년경

티치아노는 조각을 실제처럼 똑같이 그려내면서 그의 그림이 조각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20대 초반에 이미 화가로서 솜씨와 기술이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까지가 1실이었고, 이제 2실로 이어진다.

 

 

  2부   같은 시대, 다양한 시선

종교개혁 이후의 유럽 교회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로 나뉜다.

이에 따라 화가의 시선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게 되는데,

가톨릭 국가에서는 바로크 미술을 활용해 사람들의 신앙심을 높이려 했고

프로테스탄트 중심의 북유럽에서는 이미지가 신처럼 숭배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과 그 주변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 카라바조 | 1594-95년경

메인 포스터에 들어가 있어서 보는 순간 친숙한 느낌이 드는 그림이다.

손가락을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이 깜짝 놀라고 있다.

순간의 쾌락 뒤에는 고통이 숨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소년의 귀에 꽂힌 장미, 꽃병의 꽃도 곧 시들어 사라질 덧없는 것들이다.

인물화와 바니타스 정물화를 한데 담아 놓았다.

 

 

63세의 자화상 | 렘브란트 판 레인 | 1669년

젊었을 때의 자화상과 흔히 비교되는 바로 그 자화상이다.

렘브란트는 30대에 암스테르담 최고의 인기 화가로 명성을 떨쳤지만

아내와 아이의 죽음, 파산을 겪으며 말년에는 신용불량자가 되고 만다.

이 자화상은 그가 죽기 몇 달 전에 그린 것으로, 그림 속 렘브란트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무덤덤한 표정을 하고 있다.

 

 

페르난도 데 발데스 대주교 | 디에고 벨라스케스 | 1640-45년

1633년 그라나다의 대주교와 카스티야 공의회 의장을 맡았던 인물.

원래는 전신 초상화로 그려졌는데 일부가 잘려 나갔다.

 

 

성 마리아 막달레나 | 귀도 레니 | 1634-35년경

참회하는 막달레나는 17세기에 자주 그려진 주제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귀도 레니는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사람들이 좋아하는 주제를 작은 크기의 그림으로 빠르게 그려 팔았다.

 

 

바커스 양육 | 니콜라 푸생 | 1628년경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는 바커스가 이모인 이노의 보살핌을 받은 이야기가 있다.

그림은 바커스가 이노의 남편 아타마스에게 의지해 포도즙을 마시는 모습이다.

이노는 바커스를 자랑스러워했는데 주피터의 아내 주노가 이를 질투해

이노와 아타마스를 미치광이로 만들어 버렸고 아타마스는 아들 한 명을 죽이고 만다.

그림 왼쪽에 끌어안고 있는 두 아기가 이노와 아타마스의 아들들이다.

 

 

4원소: 불 | 요아힘 베케라르 | 1570년

요아힘 베케라르의 4원소 연작 중 <불>과 <물>이 전시되어 있다.

서민들의 생생한 일상을 그림 속으로 옮겨 놓았는데,

당시에는 이런 주제를 불편하게 여겼던 시기였으므로 베케라르는 그림 속에 성경 속 장면을 같이 표현해 두었다.

그림의 저 안쪽 배경에 마르타와 마리아의 집을 방문한 그리스도가 그려져 있다.

 

 

4원소: 물 | 요아힘 베케라르 | 1569년
각종 생선들이 세심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 그림에도 베케라르는 먼 배경에 풍어의 기적을 그려 놓았다.

그리스도가 사도들 앞에 나타나 많은 물고기를 잡도록 해주었다는 내용을

어부가 그물을 끌어올리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공기>와 <흙>은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화가들의 고향과 활동했던 곳의 위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3부   개인의 삶, 기념하고 추억하며

계몽주의가 퍼지자 사람들은 개인의 자유와 행복에 더욱 주목하게 되었고,

이 시기에 개인의 경험을 기념하고 추억하는 그림들이 많이 그려졌다.

 

 

존 스튜어트와 버나드 스튜어트 형제 | 안토니 반 다이크 | 1638년경
소년들은 당시 18세, 17세였지만 화려한 옷과 서 있는 자세에서 부유함과 거만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림은 스튜어트 형제가 유럽 대륙으로 여행 가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그려졌을 것이다.

그러나 몇 년 후 청교도 혁명이 일어나면서 국왕 편으로 전쟁에 참여한 형제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기사를 맞이하는 여인 | 피에트로 롱기 | 1745-55년

흰색 파우더를 뿌린 머리 또는 가발, 화려한 레이스, 넓게 퍼지는 옷소매 등

당시 유행에 따라 차려 입은 두 남녀가 보인다.

뒤에 있는 두 하녀는 수를 놓는 데 집중하고 있는 반면 둘은 노는 데 정신이 팔려 있다.

 

 

이사벨 데 포르셀 부인 | 프란시스코 데 고야 | 1805년 이전

아메리카 식민지의 국무장관이었던 돈 안토니오 데 포르셀의 아내.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초반 스페인의 왕실과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옷을 입고 있다.

X선 촬영 분석 결과 이 캔버스에는 원래 남자 초상화가 그려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커다란 영상관.

 

 

찰스 윌리엄 램튼(레드 보이) | 토머스 로렌스 | 1825년

현장에서 보니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보다 훨씬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토머스 로렌스는 어린이를 그린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였고, 1967년 영국 우표에 이 그림이 최초로 실렸었다.

소년은 1대 더럼 백작의 아들로 예닐곱 살일 때의 모습인데 안타깝게도 열세 살에 결핵으로 죽었다.

 

 

헤로와 레안드로스의 이별 | 조지프 말러드 윌리엄 터너 | 1837년 이전

비너스의 사제인 헤로는 아시아 쪽에 사는 레안드로스와 사랑에 빠진다.

레안드로스는 헤로를 보기 위해 매일 밤 바다를 헤엄쳐 왔고 헤로는 그런 그를 위해 등불을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등불이 꺼지면서 레안드로스가 바다에서 죽자 헤로도 그를 따른다.

터너는 어둠 속에서 헤어지는 헤로와 레안드로스를 그렸다.

 

 

스트랫퍼드의 종이공장 | 존 컨스터블 | 1820년

존 컨스터블이 많이 그린 서포크 지역은 그가 태어나고 활동했던 곳이었다.

1819-1825년 영국 왕립아카데미에 전시한 '6피트 그림'으로 불린 대형 풍경화 6점 중 두 번째 그림이다.

 

 

액자는 공장에서 찍어내는 건 줄 알았는데 장인의 섬세한 수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거였다...!

 

 

 

  4부   인상주의, 평범한 순간을 빛나게

산업혁명으로 도시가 근대화되면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사진이 등장하자 화가들은 더 이상 보이는 것과 똑같이 그릴 필요가 없어졌고,

튜브 물감의 발명으로 야외에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과 색채에 주목하며 주관적인 표현을 시작한다.

 

 

작업실의 난로 | 폴 세잔 | 1865년경

놓여 있는 물건들을 그냥 그린 것이 아니라 사실 굉장히 세심하게 배치해 그린 것이다.

전체적으로 색채가 어두운 것이 세잔의 초기작 특징이다.

 

 

목욕하는 사람 |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 1885-90년경

르누아르는 과거의 화가들과 달리 동시대의 평범한 여성 누드를 주제로 삼았다.

특유의 번진 듯한 느낌이 잘 표현되어 있다.

 

 

카페 콩세르의 한구석 | 에두아르 마네 | 1878-80년경

19세기 프랑스의 '카페 콩세르'는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며 가벼운 노래와 공연을 감상하는 곳이었다.

일정한 입장료만 내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었기 때문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평등하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마네는 카페 콩세르에서 서빙하는 종업원을 보고 모델이 되어달라고 제안했다.

여러 개의 잔을 들고도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서빙하는 솜씨에 감탄했던 것이다.

 

 

창문 앞 과일 그릇과 맥주잔 | 폴 고갱 | 1890년경

고갱은 인상주의를 넘어 영속성 있는 접근법을 찾고자 했고 이 과정에서 세잔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

과일, 비스듬하게 놓인 칼, 구겨진 테이블보 등은 세잔의 정물화 속 소재들이다.

 

 

풀이 우거진 들판의 나비 | 빈센트 반 고흐 | 1890년

고흐가 생 레미 마을 근처의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그린 그림. 잔디와 잡초 위로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있다.

고흐는 죽기 얼마 전 테오에게 보내는 편지에 '새롭게 자른 잔디 모습을 두 작품이나 그렸다'고 썼는데

그 두 작품 중 하나가 이 그림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붓꽃 | 클로드 모네 | 1914-17년경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을 그린 것으로,

1914년에서 1917년 사이에 그린 붓꽃 연작 중 하나가 바로 이 그림이다.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모네가 사망했을 때 이 작품이 작업실에 있었기 때문에 그림이 완성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붓꽃>을 마지막으로 전시는 끝난다.

 

 

나오는 길에 인증샷 찍는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전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화가의 시선(그림의 주제)이 신에서 평범한 사람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

 

 

기념품샵도 구경해 봤다.

 

 

이번에도 이리저리 치여가며 그림을 봐야 할 정도로 사람이 너무 많긴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이 혼잡할지언정 시끄럽거나 하지는 않아 감상 분위기는 대체로 괜찮았다.

합스부르크전에서는 사실 그림 속 인물이 중심이라 생소한 화가들이 많았는데

이번 전시는 아주 작정하고 데려온 듯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만 모여 있다.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그림을 볼 수 있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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