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프랑스

옹플뢰르(Honfleur), 프랑스

by 뚜벅이C 2023. 1. 24.

 

2018년 03월 09일

 

[몽생미셸 투어 1]

 

몽생미셸에 가는 날이라 새벽에 숙소를 나서야 했다.

깜깜한 로비의 한쪽 소파에서 자다가 인기척을 느낀 직원이 일어나 뭐라고 묻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몽생미셸 투어를 간다고 했다.

각자 서로의 단어를 몇 번 반복하다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챘다.

내가 지금 나가는 게 체크아웃인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아니라고 하자 그제서야 문을 열어줬다. 휴...

 

RER을 타러 역 계단을 내려가는데 10대로 보이는 아이들이 낄낄거리며 개찰구를 휙 뛰어넘는다.

순간 나한테 해코지라도 하는 건 아닐까 싶어 덜컥 겁이 났지만

다행히 그 아이들은 제 갈 길을 갔고 나도 RER에 탑승했다.

긴장이 풀어져 눈꺼풀이 스르륵 내려오려는 찰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남자가 느닷없이 지 무릎을 내 무릎에 살짝 갖다댄다.

눈을 떠 보니 날 빤히 쳐다보고 있다. 순간 또 심장이 철렁해 바로 다른 칸으로 이동했다.

 

짧은 시간 동안 나름의 우여곡절(?)을 겪고 개선문에 도착했다.

가이드와 한국 사람들을 만났을 때의 그 안도감이란...

 

 

 

하루 동안 가지고 다닐 수신기를 받았다.

가이드가 라디오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고 노래도 선곡해 들려준다.

 

 

살짝 잠들었다 깨 보니 버스는 어느새 휴게소에 들어와 있었다. 1시간 반 정도 지났나 모르겠다.

우비를 하나 사고(이 우비는 몽생미셸에서 요긴하게 쓰였다) 폴에서 라떼도 한 잔 마셨다.

 

 

그리고 다시 1시간 정도를 달려 드디어 옹플뢰르에 도착!

 

 


 

옹플뢰르, Honfleur

 

프랑스 북서부에 있는 작은 항구 도시.

센강 하류와 영국 해협이 연결되는 지점에 위치해 있어

백년전쟁 당시 전략적 요충지였고 이후에는 대항해시대의 거점 항구였다.

사뮈엘 드 샹플랭은 옹플뢰르에서 출발해 캐나다의 퀘백 주를 발견했다.

부유해진 상인들은 왕의 말을 잘 듣지 않아 왕은 이웃한 르아브르에 다시 항구를 만들었다.

르아브르가 활성화되면서 옹플뢰르는 자연스럽게 쇠퇴하고 만다.

 

옹플뢰르는 화가 외젠 부댕과 작곡가 에릭 사티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기도 하다.

외젠 부댕 박물관과 에릭 사티의 집에서 그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외에도 프랑스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생트 카트린 교회,

생테티엔 교회 예배당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해양 박물관,

사뮈엘 드 샹플랭의 두상을 볼 수 있는 리외트낭스 등에 방문해 볼 만하다.

 


 

 

버스에서 내린 후에는 가이드와 다 같이 마을을 가볍게 돌아봤다.

 

 

Hôtel de Ville은 프랑스어로 '시청'이다. 호텔인 줄...

 

 

옹플뢰르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물가에 가득 정박해 있는 요트와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건물들이다.

이곳은 원래 옹플뢰르 성벽과 해자가 있던 곳인데 도시가 확장되면서 성벽을 허물었다.

좁고 긴 땅은 대저택을 지을 수 없어 귀족들에게는 팔 수 없었다.

나라에서는 세금을 조금이라도 더 걷기 위해 바닥을 좁게 나누어 여러 명의 시민에게 팔았던 것이다.

 

 

아침이라 거리는 조용했고 사람도 별로 보이지 않았다.

이런 곳은 중세시대 마을 같으면서도,

 

 

거리만 보면 온갖 상점이 늘어서 있는 것이 영락없는 관광도시다.

 

 

20분 정도 둘러본 후에 점심을 먹으러 들어왔다.

식당을 따로 찾기도 그렇고 그냥 무리 안에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해서 정해진 곳에서 먹었다.

오전 10시였으니 사실 아침도 아니고 점심도 아니지만 새벽부터 설친 탓에 에너지 급고갈...

나는 그라탕을 선택했는데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노르망디 지역은 1년 내내 맑은 날이 거의 없고 비가 자주 와서

포도를 재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포도주 대신 사과주(시드르)를 생산한다.

 

 

나올 때 식당 내부를 잠깐 구경해 봤다.

 

 

 

 

밥을 먹고 나서 1시간 조금 넘게 자유시간이 주어졌는데

혼자 온 한 친구와 자연스럽게 짝이 되어 둘이서 돌아다녔다.

 

 

옹플뢰르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피해를 입지 않아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게 되었다.

 

 

이때부터는 말 그대로 막 돌아다니기 시작했는데

동행이 있어 안심이 되기도 했고 다니다 보면 같은 지점으로 돌아오게 돼 굳이 지도를 볼 필요가 없었다.

 

 

여긴 현대적인 느낌.

 

 

전형적인 노르망디 지역의 날씨 때문에 사진 속 풍경은 을씨년스러워 보이지만 한적한 느낌의 예쁜 마을이다.

 

 

옹플뢰르에서 항상 언급되는 곳이 바로 15세기에 지어진 목조 건축물인 생트 카트린 교회.

백년 전쟁이 끝난 것에 감사하는 의미로 당시 시민들이 재료를 모아 만들었다고 한다.

종탑을 높이 올리려면 구조를 튼튼히 해야 하기도 했고,

혹시라도 종탑이 번개를 맞을 경우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본당은 안전하게 하기 위해 종탑과 분리해 지었다.

사진에서 왼쪽이 종탑, 오른쪽이 본당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종탑의 모습이 굉장히 독특하게 느껴졌다.

 

 

본당의 M자 모양 지붕.

 

 

본당의 다른 쪽 모습.

 

 

마을은 중세시대 모습이지만 어딜 가나 자동차는 많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건물들도 관광객의 눈에는 예뻐 보인다.

 

 

골목길마저 예쁘다.

 

 

디저트 가게에 들어가면 점원이 먹어보라고 이것저것 건네주기도 한다.

 

 

같이 다닌 친구랑 서로 사진 찍어주며 놀고 있으니 동네 할머니가 말을 걸어왔다.

프랑스어는 못해도 뭘 질문하는지는 대충 감이 왔다. 유럽 사람들이 유독 많이 하던 질문.

남한에서 왔는지 북한에서 왔는지를 이 할머니도 물어보신다.

남한이라고 대답은 했는데 더 이상의 대화는 불가능하자 여행 잘 하라며 마무리하셨다 ㅋㅋ

 

 

시간만 된다면 구석구석 다 다녀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동네 자체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가게들이 많아서 눈이 즐거웠다.

 

 

발길 닿는 대로 걷는 중...

 

 

 

 

 

돌고 돌아 다시 여기로 왔다.

 

 

이 작은 마을에서도 찾아보면 볼거리가 생각보다 많고 갤러리도 많다고 들었는데

너무 가게만 구경하고 온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버스는 곧장 다음 목적지인 몽생미셸을 향해 출발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