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이콘: 어둠을 밝히는 빛]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서울
2022년 02월 23일
(전시회 소개 및 작품 설명은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의 안내책자를 참고함)
11월 중순 쯤 우연히 전시회 기사를 보고
우리나라에서 러시아 이콘을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잔뜩 기대가 됐었다.
늦어도 1월중에는 갈 생각이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 또 미루다가 이제서야 겨우 다녀왔다.
2호선 충정로역에서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박물관 들어가는 입구.
기획전시실은 지하2층에 있었다.
러시아 이콘: 어둠을 밝히는 빛 Russian Icons: The Light of the North
* 전시 기간: 2021.11.25 ~ 2022.02.27
* 전시 장소: 기획전시실, 기획소강당
* 이용 요금: 무료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이 모스크바 소재 러시아 이콘박물관과 협력하여 개최하는 2021 특별 기획전이다.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400여 년 동안 전개되어 온 러시아 이콘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며
출품작들은 이콘화, 조각, 성물 등으로 모두 80여 점이다.
이콘(icon)
'형상' 또는 '모상'을 뜻하는 고대 그리스어 '에이콘(eikon)'에서 유래한 이콘은
동방 정교회에서 주로 제작된 성화의 한 형식으로, 그 유래는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와 비잔틴 등의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어 나타난 이콘은 성서의 인물을 중심 주제로 삼는다.
이콘은 표면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담겨 있는 성스러움을 찾고자 하는 그리스도인의 마음을 반영한 작품들이다.
사실 평일 낮이라 아무도 없는 건 아닌가 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놀랐다.
다 보고 나올 때 쯤에는 훨씬 더 북적북적했다.
이콘은 시대별 특징의 흐름과 성인 및 성인 관련 일화들을 볼 수 있게 전시되어 있었다.
러시아 이콘의 황금기(15~16세기), 로스토프 지역
15세기에 모스크바 대공국에 병합되기 이전부터 정교회 주교좌가 있었던,
러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다.
비잔틴 전통을 철저히 따르며 모스크바 이콘을 원형으로 한 작품들을 제작했다.
갈색과 황토색의 변주를 이용한 투명한 채색, 우아하게 긴 신체, 깊은 사색에 잠긴 듯한 얼굴 표정을 특징으로 한다.
러시아 이콘의 황금기(15~16세기), 노브고로드 지역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문화 중심지로, 독특한 지역 양식을 창출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13세기 몽골 제국이 러시아를 침입했을 때 유일하게 독립을 유지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이전 시대 비잔틴의 영향이 남은, 명확하고 균형 잡힌 구도의 이콘을 제작했으며
선홍색과 함께 밝은 색을 풍부하게 사용한 것이 그 특징이다.
러시아 이콘의 황금기(15~16세기), 프스코프 지역
14세기에 노보고르드 공국으로부터 독립한 프스코프 공화국의 중심지로,
이곳에는 수많은 교회와 수도원이 건설되었다.
진한 오렌지색 계통의 붉은색, 깊은 올리브 그린색을 특징적으로 사용했다.
흰색과 여백을 적극 활용한 밝은 빛의 묘사, 남색과 갈색을 배합해 그림자의 어두운 질감을 표현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러시아 이콘의 황금기(15~16세기), 모스크바 지역
모스크바 대공국의 수도로 15세기 이후 러시아의 정치, 종교, 문화의 중심지이다.
구성, 선의 형태, 색채의 표현에서 고전적인 균형을 보여준다.
비잔틴 화풍을 바탕으로 러시아 이콘의 독자적인 모습을 창출하는데
길게 확장된 인물의 신체 비율, 부드럽고 섬세한 선의 실루엣,
자연스러운 인물 동작과 사색에 빠진 듯한 근엄한 얼굴 표정을 특징으로 한다.
러시아 이콘의 전환기(17세기)
① 서양화 기법의 등장
서구의 영향을 받아 인물과 산수를 사실적으로 표현하며 명암법을 적극 활용했다.
서유럽 삽화와 판화 기법도 이콘에 등장하기 시작한다.
전통 화법과 서양화법이 절충된 새로운 유형의 이콘이 창출되기도 했다.
② 구체적 심적 체험의 반영
교회 분열 시대를 맞아 세상 종말에 대한 기대와 함께
영혼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대천사 미카엘 이콘이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알려지기 시작한다.
북부에서는 말 사육과 번영의 수호 성인 플로로와 라우로 이콘이 유행한다.
수도원 건물과 함께 서 있는 거룩한 사제들의 이미지가 제작되어 순례자들에게 축복의 의미로 배포되기도 했다.
③ 목조 이콘의 등장
다수가 러시아 북부의 산림지대에서 조각되었다.
대부분 나무를 깎아 저부조로 제작한 다음 색을 칠했기 때문에 신체의 조소감이 잘 드러나지는 않지만,
얼굴에서는 회화적 표현 기법을 적극 활용하여 강한 입체감이 느껴진다.
러시아 이콘의 대중화(18~19세기)
① 다양한 양식 사조의 등장
대다수 이콘이 여전히 중세 시대의 원칙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바로크, 로코코, 고전주의, 모더니즘 등 다양한 사조의 양식 또한 이콘에 반영된다.
가장 큰 특징은 선원근법과 해부학적 지식에 기반하여 인체를 사실적으로 표현한 이콘의 등장이다.
② 수호 성인 이콘의 유행
전신상의 수호 성인 이콘이 인기가 있었다.
대표적 예는 유아 세례를 받은 아이의 수호 성인을 전신상으로 제작한 메르나야 이콘이다.
당시 특히 유행한 성인은 성녀 카타리나다.
③ 러시아 풍경화의 등장
황금빛 초현실 공간이 아닌 실제와 유사한 풍경에 성인을 그린 이콘이 등장한다.
18세기 유행했던 유화와 풍경화 기법을 활용한 것으로
물결치는 파도와 도시가 보이는 해안가, 눈이 휘날리는 하얀 눈밭 등의 묘사가 나타난다.
④ 구교도 공방에서 제작된 이콘
교회 분열 시대에 니콘 총대주교의 개혁을 반대하며
서부 볼가강을 넘어 숲 속에 은신하며 공동체를 형성했던 이들을 구교도라 칭한다.
인물을 길고 우아하게 간결한 기법으로 표현했다.
구교도들은 두 손가락만으로 성호를 긋겠다는 그들의 굳건한 종교적 신념을 반영하여
이콘에서도 성인들이 두 손가락만을 펼쳐서 축복의 동작을 취하도록 표현했다.
성 게오르기, 성녀 파라스케바, 위대한 순교자 카타리나 등 성인들의 이콘 또한 많이 볼 수 있었다.
성화벽
동방 정교회 성당의 구조에서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로,
신자들이 모여 있는 회중석과 성직자들이 전례를 집전하는 지성소를
이콘으로 장식된 칸막이로 분리하는 기능을 맡는다.
전시 공간에 안내책자가 비치되어 있는데 무료인데도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
전시중인 작품 상당수가 컬러 사진으로 들어가 있고 설명도 한글과 영어로 자세하게 잘 되어 있었다.
따로 여행가기 힘든 요즘, 이렇게 한곳에 모아 놓은 러시아 이콘을 보는 것도 좋았는데
우리나라에서 기획한 만큼 한글 설명까지 같이 볼 수 있어서 만족도가 더 높은 전시였다.